체코 원전 25조·1조·15개월, 기사 숫자를 직접 다시 재는 순서
- 4,070억 코루나가 25조도 27조도 되는 이유
- 1조원은 한수원 주장, 기준 금액은 비공개
- 공고문에서 볼 칸은 금액보다 계약 방식

같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을 두고 어떤 기사는 25조원, 어떤 기사는 26조원, 또 어떤 기사는 27조원이라고 쓴다. 이 차이는 계산기 한 번이면 풀린다.
풀리지 않는 숫자는 그다음에 나온다. 10월 29일 시공계약 협상이 끝난 뒤 나온 기사마다 한수원이 말한 '1조원', 양보했다는 '10%', 협상에 걸린 '약 15개월'이 되풀이된다. 셋 다 그럴듯하게 읽힌다. 하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잰 숫자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크다고도 작다고도 말할 수 없다.
1단계: 원화 금액이 셋인 이유, 환율로 거꾸로 재기
출발점은 코루나다. 2026년 10월 보도들은 두코바니 사업(1000MW급 APR1000 2기)의 총사업비를 약 4,070억 코루나로 적었다. 2025년 6월 본계약 당시 뉴시스는 약 4,000억 코루나, 약 26조원으로 전했다.
원화 금액을 코루나 금액으로 나누면 그 기사가 쓴 환율이 나온다. 식은 한 줄이다. 원화 환산액 ÷ 코루나 금액 = 1코루나당 원.
- 25조원 ÷ 4,070억 코루나 = 약 61.4원
- 26조원 ÷ 4,000억 코루나 = 65.0원
- 27조원 ÷ 4,070억 코루나 = 약 66.3원

세 숫자 사이에서 사업비가 실제로 달라진 폭은 크지 않다. 코루나 기준으로는 4,000억에서 4,070억으로 약 1.75% 늘었을 뿐이다. 원화 금액이 25조에서 27조까지 벌어진 건 대부분 기사마다 다른 시점의 환율을 썼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 환율은 보도 숫자를 단순 계산한 역산값이고, 기사가 실제로 어느 날 환율을 썼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흔한 실수는 25조원과 27조원을 놓고 "사업비가 2조원 늘었다"고 읽는 것이다. 비교하려면 반드시 코루나 금액끼리 놓는다. 원화 금액은 코루나 금액이 같아도 환율만 움직이면 바뀐다.
이 금액은 시공계약 금액이 아니다
두 번째 함정은 분모다. 서울신문은 25조원이 사업 전체 규모이지 시공계약 금액이 아니라고 짚었다. 사업비 안에는 주기기, 설계, 시공 같은 여러 계약이 들어 있고, 이번에 끝난 건 그 가운데 건설 공사를 맡을 시공 컨소시엄(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과의 협상이다.
시공계약 금액 자체는 보도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업비 25조원짜리 계약이 무산됐다"는 문장은 정확하지 않다. 체코 발주사 EDU II와 한수원의 본계약은 그대로이고, 한수원 밑에서 공사를 맡을 자리가 비었다고 읽는 편이 맞다.
2단계: 1조원과 10%는 누구의, 무엇의 숫자인가
협상 결렬 이유로 가장 많이 인용된 숫자는 1조원이다. 한수원은 10월 7일 공사비를 10% 올리는 양보안을 냈고, 컨소시엄 측의 추가 공사비 요구가 1조원을 넘어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이투데이도 공사비 격차를 1조원 이상으로 전했다.
이 숫자를 읽기 전에 세 가지를 확인한다.
첫째, 누구의 숫자인가. 1조원은 한수원 측 주장이다. 대우건설은 마감일인 10월 29일 손실을 감내하는 수준으로 계약금액을 낮춘 수정안을 냈고, 재협상과 기한 연장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같은 협상을 두고 한쪽은 "1조원 넘게 더 달라 했다", 다른 쪽은 "손해 보는 값까지 내렸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두 설명 모두 상대방 금액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둘째, 10%의 기준 금액이 있는가. 10% 증액이 원화로 얼마인지 계산하려면 증액 전 공사비가 필요하다. 그 금액은 보도에 없다. 따라서 10%를 원화로 바꾸는 계산은 지금 자료로는 할 수 없다.
셋째, 1조원이 언제 기준의 차이인가. 기사만으로는 1조원이 한수원의 10% 증액안을 반영한 뒤에 남은 차이인지, 그 전 금액과의 차이인지 가려지지 않는다. 같은 1조원이라도 어느 쪽이냐에 따라 양측 간격의 크기가 달라진다.

여기서 많이 하는 계산이 1조원 ÷ 25조원 = 4%다. "사업비의 4%밖에 안 되는 차이로 깨졌다"는 해석인데, 분모가 틀렸다. 1조원은 시공 공사비를 두고 생긴 차이이고, 25조원은 사업 전체다. 시공계약 금액을 분모에 놓아야 하는데 그 숫자가 공개되지 않았으니, 이 비율은 지금은 계산하지 않는 편이 정확하다.
3단계: 금액보다 먼저 계약 방식을 본다
보도된 쟁점의 뿌리는 금액보다 계약 방식이었다. 이투데이와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한수원은 총액 확정 계약을 고수했고, 시공사는 설계 변경·물량 증가 위험을 이유로 물량 정산 방식을 요구했다.
두 방식의 차이는 공사비가 불어날 때 드러난다. 계산 연습용 가정 숫자로 보자. 공사비 1,000억원으로 계약했는데 공사 중 설계가 바뀌어 물량이 10% 늘었다고 하자. 추가로 드는 돈은 100억원이다.
- 총액 확정: 계약금액은 1,000억원 그대로다. 늘어난 100억원은 시공사가 떠안는다.
- 물량 정산: 실제 들어간 물량만큼 정산하니 계약금액이 1,100억원이 된다. 100억원은 발주자(이번 구조에선 한수원) 쪽이 진다.

1,000억원과 10%는 실제 계약과 무관한 가정 숫자다. 핵심은 비율이다. 원전처럼 공사 기간이 길고 설계 변경 가능성이 큰 사업에서는, 시공사가 총액 확정을 받아들이는 대신 처음 금액에 위험 몫을 얹으려 한다. 한수원 입장에서 그 얹은 몫이 '추가 요구'로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양측 제안서에 위험 몫이 얼마나 들어 있었는지는 공개된 자료가 없다.
이 틀로 보면 1조원 논쟁은 "누가 욕심을 냈나"보다 "늘어날 공사비의 위험을 누가 지나"의 문제에 가깝다. 새 시공사를 뽑아도 이 질문은 그대로 남는다.
4단계: 날짜를 빼서 기간과 간격을 직접 센다
협상 기간 '약 15개월'
서울신문·이투데이·아시아경제는 협상 기간을 약 15개월로 전했다. 직접 빼 보면 결과가 조금 다르다. 본계약일인 2025년 6월 4일(현지시간)부터 협상 종료 발표일 2026년 10월 29일까지는 1년 4개월 25일, 약 17개월이다.

차이는 출발점에서 생긴다. 보도의 15개월은 본계약 직후가 아니라 시공계약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부터 센 것으로 보이지만, 기사들은 그 시작일을 밝히지 않았다. 기간 숫자를 볼 때는 늘 "어디서부터"를 함께 찾아야 한다.
앞으로의 일정 간격
남은 일정은 모두 계획이다. 한수원이 검토하는 신규 시공사 선정은 2027년 1월 사전설명회, 4월 입찰공고(산업부 설명은 3~4월), 7월(7월 이전) 선정·계약 순서다. 국가계약법상 경쟁입찰을 거쳐야 한다. 산업통상부가 밝힌 사업 일정은 2027년 4월 건설허가 신청, 2029년 1월 부지정지 착수, 2029년 11월 착공이다.
두 일정을 하나의 달력에 놓고 단계 사이 개월 수를 세면 다음과 같다.
| 구간 | 간격 | 근거 |
|---|---|---|
| 사전설명회 → 입찰공고 | 3개월 | 한수원 검토안(계획) |
| 입찰공고 → 시공사 선정 | 3개월 | 한수원 검토안(계획) |
| 시공사 선정 → 부지정지 착수 | 18개월 | 두 일정을 이어 단순 계산 |
| 부지정지 착수 → 착공 | 10개월 | 산업부 발표(계획) |

표에서 가장 긴 칸은 선정 뒤 18개월이다. 시공사 선정이 몇 달 밀려도 부지정지까지는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이 칸은 부지정지 착수 시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서울신문과 MTN은 부지정지 시점을 2028년 1월로 전해, 산업부를 인용한 이투데이·아주경제·뉴스핌(2029년 1월)과 1년 차이가 난다. 2028년 1월이 맞다면 선정 뒤 간격은 6개월로 줄어든다. 산업부 보도자료 원문에서 이 한 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18개월을 확정된 여유로 읽지 않는다.
입찰공고 단계의 3개월도 짧은 편이다. 국가계약법상 경쟁입찰은 공고, 제안서 접수, 평가,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번처럼 계약 방식이 쟁점이었다면 계약 조건 협상이 다시 길어질 수 있다.
5단계: 관련 기업 숫자는 원문에서 직접 확인한다
협상 종료 당일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크게 움직였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런데 기사마다 시점이 달라 숫자가 제각각이었다. 오전 9시대와 10시대 수치가 다르고, 장중 수치와 종가도 다르다. 이런 숫자는 기사 대신 한국거래소 종가 자료에서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확인 순서는 이렇다.
- 거래소 종가: 10월 28일 종가와 29일 종가를 나란히 놓고 (29일 종가 ÷ 28일 종가 − 1)로 하루 등락률을 직접 낸다. 기사 속 '-몇 %'가 장중 값인지 종가인지 여기서 갈린다.
- DART 공시: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이름으로 10월 29일 이후 공시를 검색한다. 조회공시 답변이나 주요경영사항 공시가 있으면 회사가 이 사안을 어떻게 설명했는지가 회사 이름으로 적혀 있다. 공시가 없다면 그것도 하나의 정보다.
- 두산에너빌리티 주기기 계약: MTN은 두산에너빌리티가 2025년 12월 한수원과 맺은 원자로·터빈발전기 등 주기기 공급계약이 시공계약과 별도로 추진돼 유지된다고 전했다. 계약 금액과 기간은 당시 공급계약 공시 원문에서 확인한다. 시공 컨소시엄 결렬과 주기기 계약을 한 묶음으로 읽으면 두 회사가 받는 영향을 같은 크기로 오해하게 된다.

내가 가진 ETF가 이 두 회사를 담고 있는지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구성종목과 비중을 보면, 이번 일이 내 계좌에 닿는 경로가 있는지부터 보인다.
확인할 것
- 원화 사업비를 비교할 때는 코루나 금액(약 4,070억 코루나)끼리 놓는다. 25조~27조원 차이는 대부분 환율 차이다.
- 사업비 약 4,070억 코루나는 시공계약 금액이 아니다. 시공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 1조원은 한수원 측 주장이며, 10% 증액의 기준 금액과 1조원의 기준 시점은 보도로 확인되지 않는다.
- 신규 시공사 일정(2027년 1월·4월·7월)과 사업 일정(2027년 4월·2029년 1월·2029년 11월)은 모두 계획이다. 부지정지 시점은 보도마다 2028년 1월과 2029년 1월로 갈린다.
- 산업부 비상관리체제는 11월 2일 오전 10시 박동일 차관 주재 첫 회의로 시작했고, 장관·차관 주재 회의가 매주 번갈아 열린다(다수 보도 기준, 일부는 격주로 적었다). 회의 결과는 산업부 보도자료로 따라가면 된다.
- MTN은 시공계약 종료를 둘러싼 소송·가처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법적 절차가 시작되면 위 일정표는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한다.
마치면서
이번 결렬에서 숫자로 확정된 건 생각보다 적다. 사업비는 코루나로 확인되고 날짜 간격은 달력으로 셀 수 있다. 하지만 결렬의 크기를 말해 줄 시공계약 금액과 양측 제안액은 어느 쪽도 공개하지 않았다. 지금 자료로는 '1조원 차이'가 시공 공사비에 비해 큰 간격인지 작은 간격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2027년 입찰공고가 나오면 금액보다 먼저 계약 방식 조항을 본다. 총액 확정이 그대로라면 이번에 갈라선 쟁점은 시공사 이름만 바뀐 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출처: SBS Biz·서울신문·이투데이·이코노미스트·MTN·파이낸셜뉴스·뉴스핌·아주경제·뉴시스·스마트투데이 보도. 1코루나당 원화 역산, 협상 기간 날짜 계산, 일정 간격은 보도 숫자를 단순 계산한 값이고, 공사비 1,000억원·물량 10% 예시는 계산 연습용 가정 숫자로 실제 계약 값이 아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용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공시·시세로 계산한 정보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에요. 글 속 숫자 상자는 사이트 최신 데이터, 본문 숫자는 2026.11.02 기준이에요. 정정 요청은 소개 페이지의 연락처로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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